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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쉬는 날/BOOK

by 고래🐋 2020. 11. 20. 02:56

본문

원제

 

STOP TLAKING, START INFLUENCING

 : 12 insights from brain science to make your message stick

 

 

저자

 

제레드 쿠니 호바스 Jared Cooney Horvath

 

 

 

『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평소에 뇌과학에 관심이 많아서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마침 8월에 지원받았던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하여 구매했었다. 지난 십여 년간 뜨고 있는 학문으로 뇌과학을 꼽을 수 있는데, 특히 심리학의 발달에 이어 최근 인공지능과 함께 발달하고 있는 학문분야이기에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독후감을 조금만 쓰려고 했는데, 막상 쓰다 보니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 무척 많아서 스크롤 압박이 이렇게나 심해질 줄은 미처 몰랐다. 중간에 많이 써놨던 글이 어디론가 모두 날아가버리는 바람에 그냥 이쯤에서 마무리를 해야지 하면서... 대충 쓰기로 했는데도, 이렇게 글이 많다는 점.. (죄송합니다ㅠ)

 

 

STOP TLAKING, START INFLUENCING : 12 insights from brain science to make your message stick

 

 책을 살 때 습관적으로 출판 날짜를 확인하는 편인데, 2020년 3월이 초판인 줄 알았는데,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2019년에 출판이 되어있더라. 세상에 나온 지 1년 만에 국내로 번역되어 들어온 책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과연 누구일지 궁금해졌다. 항상 책을 읽기 전에 저자와 출판일을 확인하지만 무슨 사람인지 검색해본 적이 없었던지라 궁금증을 확인해보고자 구글링을 해보기로 했다.

 

 

 

제레드 쿠니 호바스
Jared Cooney Horvath

 

 그는 현재 멜버른 대학교 소속으로 전 세계의 150개 이상의 대학에서 활발하게 연구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과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강의하면서 뇌과학 분야의 젊은 석학으로 명성을 얻었다으며, 16년 동안 저명한 대학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많은 대학에서의 강연 및 여러 대학들과의 공동연구와 협력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내놓게 되었다고 하며, 유튜브 채널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뇌과학적 지식을 전하고 있다. 

 

제레드 쿠니 호바스 교수의 유튜브 채널

 

 특히, 그는 교육-신경과학, 발달인지-신경과학, 교육심리학, 교육기술, 교육이론 및 기타 관련 분야에서 상호 작용을 탐구하는 새로운 과학 분야의 연구자로 뇌과학이 일과 성과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뇌과학이 학습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혹은 인간관계 및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일상적 일들과 관련 있는 이런 통찰력 있는 글과 강연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2018년의 TEDx 강연에서 뇌과학 및 심리학을 강연하는 모습 - Youtube

 

 

이 책이 도움이 될만한 사람들

 내가 이 책을 읽고 드는 생각이 더 일찍 나왔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 집중력이 낮은 사람들
⦁ 암기력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모든 학부모들
⦁ 순발력을 키우고 싶거나 순발력이 중요한 사람들, 임기응변 능력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
⦁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
⦁ 건망증이 심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
⦁ 아무리 노력해도 시험 점수가 오르지 않는 학생들, 수험생들
⦁ 발표, 프레젠테이션, PPT, 강연을 잘하고 싶은 사람들
⦁ 소개팅을 앞둔 남녀
⦁ 노년의 부모를 둔 자식들 혹은 은퇴를 앞두거나 은퇴한 사람들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사람들을 나열해 보았다. 평소에 고치고 싶었던 점들이나 스스로 개선하고 싶었던 것들 중 해당사항이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무척 권장한다!

 

 '12 insights from brain science...'라는 원서의 제목에 맞게 12장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소개하는 개념을 우리의 일상과 연관시켜서 설명해주며, 중간중간에 휴식시간이라는 것을 넣어서 우리가 직접 저자가 설명하는 이론과 그 현상을 경험하게끔 이끄는 방식으로 책이 서술되어 있어서 매우 흥미롭다. 아래는 목차가 아닌 각 장에서 나오는 중요한 개념이나 내용을 요약해본 것이다. 

 

1장 : 독서의 역사와 집중력
2장 : 시각과 청각의 관계
3장 : 기억에 있어서 '공간'의 의미
4장 : 학습의 두 요인 ; 맥락 의존적 학습, 학습
5장 : 멀티태스킹
6장 : 기억의 저장과 순발력의 원리
7장 : 오류경보
8장 : 장기기억을 형성하는 법
9장 : 점화 효과
10장 : 스토리텔링이 왜 중요한 이유
11장 : 스트레스와 기억력의 관계
12장 : 기억력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어떻게 보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자세하게 소개하면서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라는 이유는 저자가 심리학적, 뇌과학적 이론을 설명하면서 여러 이론들을 독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이 책을 구성하였다는 점이 무척이나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의 장과 장 사이, 가끔은 문장 속에서도 의도적으로 그 장치들을 숨겨놓고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도 그 이론을 의식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이끈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그가 우리의 앞에서 왠지 강연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우리 뇌의 두 가지 시스템

 

시스템 1 - 앞면주의 네트워크,
시스템 2 - 후면주의 네트워크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알 수 있을 텐데, 우리 뇌가 작용하는 기작에서 시스템 1 시스템 2와 유사한 ‘앞면 주의 트워크 후면주의 네트워크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용어들이 같아 보이진 않지만 공통적인 요소를 포함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시스템 1은 저절로 작동하는데, 직관과 인상, 의도, 감정 등을 시스템 2로 전달한다. 시스템 2가 이를 승인할 경우, 인상과 직관은 믿음이 되고 충동은 자발적 행동이 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 시스템 2는 제안 혹은 의사전달을 거의 또는 전혀 수정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  시스템 2는 시스템 1이 대답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길 때 작동하는데, 17 X 24 같은 문제를 만났을 때가 그런 경우다. 화가 났을 때에도 예의 바르게 행동하게 하고, 험한 말을 내뱉을 뻔했던 순간 욕을 참게 한다. …… 생각과 행동의 대부분이 시스템 1에서 유래하지만, 상황이 복잡해지면 시스템 2가 임무를 넘겨받는다. 최종 발언권은 보통 시스템 2의 몫이다.” - 생각에 관한 생각

 

 앞면주의 네트워크란, 우리가 의식적으로 집중하는 대상 외에 이 집중 영역 밖에 있는 것들에 대한 감시 작용을 말한다. 예를 들면, 당신이 인도에 설치된 벤치에서 책을 읽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책에 주의를 집중하게 하는 것은 후면 주의 네트워크다. 이때에도 네트워크는 책에 집중을 하고 있지만 집중 영역의 밖을 감시하고 있는 것(우리가 최면에 걸렸을 때 무척 세세하거나 자세한 것 까지 기억할 수 있는 이유도 이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은 앞면 주의 네트워크이다. 이때 갑자기 산책하던 주변의 개가 짖으며 당신에게 달려든다면, 당신은 곧바로 줄행랑을 칠 것이다.

 

 5장을 읽으며, 든 생각이 시스템 1과 앞면 주의 네트워크의 공통점은 바로 우리의 생존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작스럽고 돌발스러운 위험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이를 인지하고 판단하는 시스템은 모든 동물들이 갖고 있는 특징이 아닐까 싶다. 이 시스템에 의해 모든 동물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고 도망가거나 그 대상에 대해 공격할 수 있는데 이때의 우선순위는 무조건 도망가거나 공격하여 갑작스럽고 알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을 없애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뇌는 이 위험한 상황을 모면하는데 필요한 최대한의 에너지와 집중력을 쏟아붓는다. 반면, 후면 주의 네트워크는 우리에게 좀 더 특별하고 중요한 것에 우리가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며,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무시하여 산만해지지 않도록 이끈다.

 

 두 시스템은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며 지금까지 우리의 생존과 번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 구분하기가 무척 힘들어졌다. 특히 PC와 휴대폰이라는 기기의 발명은 수많은 기능을 하나의 디바이스에 압축시킴으로써 수많은 일을 기계 하나로 가능하도록 만들었는데, 이 기계의 특징은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생존에 필사적으로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던 시대에 살던 인류의 기억력과 수많은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현재 우리들의 기억력에는 많은 차이가 많이 있을 것이다.

 

 

 

임기응변에 능한 사람

 뇌는 기억을 저장할 때 ‘청크chunk’라고 하는 기억의 덩어리를 만든다고 한다. 이것은 뇌가 기억의 요소들을 압축하는 방식으로 뇌가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저장할 수 있게 하는 압축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청크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예를 들면,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최소 수년 이상을 사용해온 한글의 자음이 'ㄱ~ㅎ'까지 있다는 것을 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나의 경우에, 라면을 끓이는 순서를 보면 보통 ‘물→불→스프→끓으면→라면의 순서로 통째로 청크의 상태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거의 자동적이다. 청크의 장점은 저장공간을 확보하여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압축되어 있다고 표현한 것과 같이 한 번 형성된 청크는 한 번 형성되면 무척 견고하여서 청크 내부의 구성요소를 불러오기 위해서는 청크 전체가 소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몸에 좋은 야채에는 오이, 토마토, 가지, 피망이 있다.'라는 사실을 외우기 위해 앞글자만 따서 '오토가피'라고 외웠다고 했을 때 '몸에 좋은 야채로 옳은 것은 가지이다!'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 오토가피라는 청크를 통째로 소환한 뒤 가지가 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 청크를 깨고 것을 이 책에서는 '인터리빙interleaving', 즉 끼워넣기라는 표현을 쓰는데 형성된 청크 내부로 어떤 것을 끼워 넣는다는 의미로 청크를 다시 깨부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즉, 몸에 좋은 야채를 오이, 토마토, 가지, 피망 각각을 암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훈련으로 하게 되면 '오이 → 몸에 좋은 야채!' 라고 단위요소를 한 번에 불러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부를 할 때 특정한 환경에서만 공부를 하면 나중에 시험칠 장소가 달라졌을 때 생각이 잘 안나는 현상도 이와 비슷할 수 있다. 기억은 공간과 함께 기억되기 때문에(3장을 참조하라) 많은 시간을 같은 장소에서 학습했다면 장소까지 청크에 포함될 확률이 높다. 이 청크를 깨고 기억을 더 빠르게 불러올 수 있는 방법은 여러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것이다.

 

 청크는 연습과 반복에 따라 그 견고함이 더해진다. 그러나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인터리빙 훈련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터리빙이 유연성과 순발력을 상승시켜주기 때문이다. 태권도 훈련을 예로 들어보자. 

 

3단계를 좀 더 오랫동안 연습하는 것(위쪽)과 조금씩 여러번으로 나누어서 연습하는 것(아래쪽) 중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일까?

 

 실제 태권도 겨루기에서는 뒤돌려차기-옆차기-돌려차기의 순서로 공격할 수 있는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그냥 예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리빙을 훈련한 사람이라면 상대방의 움직임에 맞춰 신속하게 어떤 공격을 가장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이 더 높을 것이고, 혹은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으로 인한 회피나 공격 타이밍을 엿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을 '전이trasnfer'라고 부르는데, 이전에 배우지 않았던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전에 형성되었던 청크를 그 목적이나 용도에 맞게 개조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각각의 기술을 별도로 연습하는 것보다 인터리빙을 통한 훈련이 전이를 훨씬 더 잘 북돋운다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인터리빙이란 자주, 무작위로 서로 다른 요소들을 바꿔가면서 다양한 변화와 예측할 수 없는 시나리오들에 부딪치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요소들을 섞는 훈련을 통해 청크의 일정한 패턴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게 한다. 따라서, 인터리빙은 각각의 청크에 더 빨리 접근할 수 있게 해 주고, 더 정확하게 적용하도록 돕는다. 

 

 

예쁜 여자를 만나기 위한 여정

  처음에 말도 못 걸고 예쁜 여자 앞에만 서면 벌벌 떨던 갓 스무 살 학생들이 나이가 들면서, 혹은 연애의 횟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같은 레퍼토리를 이용하여 덤덤하게 말을 걸 수 있게 된다. 이들 중 일부는 어느 새 어떤 여자를 만나더라도 긴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해 나가며, 분위기를 주도하는 경지에 까지 이르게 된다. 그 여자들에게 이들은 마치 무대 위의 개그맨과 같은 존재로 앞에 있는 남자가 너무나도 유쾌하고, 친밀하며,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예를 들어, 픽업아티스트라고 하는 사람들은 여자를 만나기 위해 수 십, 수 백 번까지도 연습하는데, 예측할 수 없는 여성들의 반응에 지속적으로 그들 스스로를 노출시킨다. 그들이 똑같은 말을 여자들에게 건네더라도 여성들은 각각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아무것도 모를 순수한 나이에 항상 같은 레퍼토리를 구사하던 그 경직된 청크를 부수고, 유연성과 재치를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남자들은 경험과 연륜을 갖추기까지 수많은 인터리빙 훈련을 한 것이다.

 

 공연 무대에 서는 개그맨이나 가수 같은 거의 비슷한 레퍼토리를 가지고 이를 공연에 활용한다. 그러나 매번 공연의 느낌과 재미 혹은 내용까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은 관객과의 예상할 수 없는 상호작용과 호응을 통해 끊임없이 인터리빙을 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소위 프로라고 불리는 공연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융통성 있게 혹은 재치를 발휘하여 공연이나 연주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오류경보

 오류경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익숙한 예가 있다. "구구단을 외자 x 2" 상대방과 서로 문제를 주고받다가 상대방이 낸 문제를 틀렸다는 걸 인지한 순간, 당신이 어떤 감각을 느꼈는지 생각해 보자. 아차! 하는 느낌이나 깨달음 같은 느낌이 순간적으로 들지 않는가? 이것을 바로 '오류경보error alarm'라고 한다. 오류경보가 발생했을 때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나는데 그것은 '앞면 주의 네트워크'의 활성화와 우리 몸과 뇌의 둔화이다. 첫째로 결과로 앞면주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 집중력 필터에 의해 차단된 모든 정보(예를 들면, 집에서 냉장고로 물 마시러 갈 때 물 마시러 가는 동선에 집중하게 되고, 관심을 끌만한 특이한 것이 없다면 주변의 대부분에 대해 된다.)에 대해 뜻하지 않은 위험들이 발생하지 않는지 우리 주변의 모든 정보를 감시하게 되고, 만약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둘 째는 전전두엽 피질에 있던 모든 정보가 버려지는데, 기존의 정보를 모두 버린 뒤 모든 집중력을 그 오류로 향하게 된다. 그 오류를 분석하고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업데이트가 이루어진다.

 

 오류경보란 것은 결국 일종의 신호인데, 이 신호에 대한 선택과 결정은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다. 즉, 오류경보에 대한 응답에는 두 가지만이 존재하는데, '입력(혹은 갱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과 '무시'이다. 우리가 오류경보를 겪었을 때 이에 대한 반응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이 오류가 우리의 정체성에 대해 위협적인 존재인가의 여부이다. 예를 들면, 어렸을 때부터 영재라느니, 혹은 천재라고 낙인처럼 불리는 아이들은 똑똑함을 자신의 정체성을 정착(이를 오류의 개인화라고 한다!)시키는 데 사용한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성공에 대한 기대'에서 이 아이들의 불행이 시작된다. 이 아이들은 크면서 항상 재능이 있고 똑똑하며 무엇이든지 다 잘하는 사람으로 '여겨지며' 성장한다. 실패란 것은 내 인생에 용납할 수 없는 것이 되는 것이다. 많은 이런 아이들이 오류경보가 발생할 때 이를 나에 대한 위협으로 생각하게 되고, 이들은 실패할 수 있는 상황을 모면하곤, 피하거나, 인정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한편, 오류를 개인의 정체성과 무관한 것으로 여기는 아이들은 오류경보를 맞닥뜨리거나 어려운 상황에 부딪혔을 때 오류를 갱신하고, 성공을 향해 진취적으로 나아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것이 우리가 인터넷상에서 악플을 달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피드백feedback이란 '본인이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경우'에만 효과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무시하게 된다면 피드백으로서의 작용을 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개인적 인신공격, 인성에 대한 비난과 같은 개인의 정체성에 위협이 되는 악플들은 절대 피드백이라고 할 수 없다! 악플 받는 사람들이 위축되고, 회피하려고만 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오류경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혹은 그들이 어떤 문화권에 속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기도 하다. 

 

 

오류문화를 조성하자

 오류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대표적인 두 가지 집단이 있다. 바로 비즈니스와 학교 vs 팀team이다. 전자는 성공과 보상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며, 이것은 오류의 개인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 집단에서는 오류 혹은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동료를 경쟁자로 인식하여 과열된 경쟁과 협력의 단절을 보인다.

 반면, 팀과 같이 과정을 중시하는 집단 혹은 문화에서는 실패와 노력, 그리고 성장 등을 중요시한다. 이것은 오류의 개인화를 경감시키고 위험을 감수하고도 협업과 충성도를 촉진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후자와 같은 문화를 만들고 싶다면 모든 단계에서 오류와 분석이 명백하게 특징되고 장려하도록 해야 한다. 오류가 투명하게 받아들여진다면 사람들은 오류의 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격차를 찾아내고 호기심을 추구할 것이며, 호기심이 사라지는 과정을 포용하게 될 것이다.

 

 두 문화 중에서 어떤 문화가 더 우월하거나 뛰어나거나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두 문화가 각각의 장단점을 갖고 있으며, 어떠한 특정 상황이나 집단에서 그 목적이나 특수성에 따라 어떤 문화가 더 효율적이거나 어울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팀장 이상의 직위에 있는 사람들이 오류 분석을 하는 모습을 선보이면 선보일수록, 팀원들 또한 자신들의 오류를 ‘개인화’하지 않게 된다고 조언한다. 팀원들도 자신의 오류나 잘못을 숨기지 않고, 공유와 협력을 통해 더 나은 해결책과 대안을 찾아내기 위한 오류 분석 과정을 즐기게 된다는 것이다. 오류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팀의 오류를 곧장 개선하고 성과지향적인 팀을 만드는데 좋은 힌트가 될 것이다.

 

 

 

 

 

공부를 잘 하는 법...?

 

 공부를 잘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로 기억력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뇌가 기억이라는 활동을 하기 위한 기억의 형성과정은 1)암호화, 2)저장, 3)회수 이 세 단계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중 '암호화'와 '저장'에만 집중하면 일시적인 기억들만 형성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저자는 장기기억의 형성과정을 밀림 속에서 오솔길을 내는 과정에 비유하면서 ‘회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정한 기억이 울창한 숲 속의 오두막 집을 지었다고 할 때 그 집으로 향하는 오솔길을 우리 뇌가 기억을 찾아가는 회로라고 비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숲의 크기 = 기억용량?
⦁  기억 = 오두막 집
⦁  회수(떠올리는 행위) = 그 집으로 향하는 오솔길

 

 우리가 ‘회수’라는 행위, 즉 한 번 익혔던 기억을 지속적으로 꺼내거나 생각하는 것을 오솔길을 통해 기억의 작은 오두막집으로 향하는 과정으로 보고 이 과정이 자주 이루어질수록 오솔길이 넓어지고 더 빨리 오두막집으로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억이 더 빨리 떠오를 수 있다고 비유한다.

 

 아무리 장기기억이 형성되었다고 하더라도 회수과정을 멈추게 된다면 오솔길을 오가는 과정을 겪지 않게 되기 때문에 이 오솔길에도 많은 수풀이 형성되기 때문에 은 결국 밀림으로 덮여 기억이 더 이상 오솔길을 통해 작은 집을 찾으러 갈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다시 뇌를 하나에 오케스트라로 보았을 때 각 부위를 여러 악기들로 비유하여 설명한다. 시각 피질, 청각 피질, 그리고 해마를 바이올린과 같은 여러 악기들로 가정해보고, 어떤 정보가 뇌에 들어올 때 그것은 하나의 악기가 단독으로 연주하는 단순한 선율이 아닌, 모든 악기가 함께 연주되어 울려 퍼지는 교향곡과 같다고 한다. 그리고 이 교향곡을 연주하는 지휘자가 존재하는데 이 영역은 우측 전전두엽 피질의 작은 영역 안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뇌와 오케스트라의 관계를 이렇게 은유한 뒤 이 책에서는 기억을 더 잘 되살리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3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리뷰 Review

 다시 듣기, 다시 보기, 다시 하는 것 등을 모두 리뷰라고 할 수 있다. 즉, 복습하는 것을 리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하게 외부의 정보를 다시 입력하는 행위(전적으로 외부세계에 의존)이기 때문에 리뷰는 지휘자를 포함하지 않으며, 기억의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복적으로 보는 복습과 같은 리뷰는 기억력 강화에 유용한 것으로 느껴지지만, 실상은 별로 그렇지 못하다. 이는 일시적 기억만 만들 것이며, 깊은 기억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요인을 이용해야 한다!

 

 

인식 Recognition

 인식이라는 단어와는 다르게도 이는 외부의 요인과 내부 요인의 복합적인 작동 과정의 결합이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에게 질문을 하나 해보겠다. 대한민국의 국기는 어떻게 생겼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당신의 지휘자는 뇌의 다른 영역들과 관련된 멜로디에 신호를 주기 시작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는 일부의 악기만이 ‘대한민국의 국기’를 기억하는 데 사용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생하게 우리가 기억해내기 위해서는 오케스트라 전체가 참여하여 교향곡이 연주되어야 한다. 정답일 수도 있는 아래의 두 가지 답을 살펴보자.

 

 

 

 

어느 쪽이 진짜 대한민국 국기일까?

 

 

 당신이 위의 그림을 보면서 두 선택지는 당신의 뇌 안에서 특정한 패턴을 일으키게 되는데, 당신의 지휘자는 입력되고 있는 패턴들(외부요인)에 귀를 기울이면서 연주 중인 멜로디(내부 요인)와 비교를 한다. 그 후에 우리나라의 국기는 오른쪽에 있는 모양이다! 혹은 왼쪽에 있는 모양이다!라고 교향곡을 연주하도록 신호를 주게 된다.

 

 이러한 ‘인식’은 경찰들이 용의자들의 이미지를 정렬하는 작업에 주로 사용되는 기억의 회수(불러오기) 형태이다. 목격자들이 범죄 용의자들의 얼굴을 훑어보는 동안 그들의 뇌에서 지휘자는 '범죄'라는 멜로디(내부정보)를 연주하게 되는데, 이 멜로디와 부합하는 얼굴(외부정보)을 찾는 순간 그 즉시 지휘자는 완전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울려 퍼지게 하고 비로소 목격자들은 범죄자를 찾아내게 된다.

 

 인식에는 중대한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입력되는 정보가 뇌 속의 멜로디와 '상당히 비슷할 때'에도 지휘자는 이것을 진실로 잘못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잘못된 연주 신호에 의해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거짓된 기억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는데, 위의 두 태극기에서 오른쪽을 택한 사람들이 아마 그런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물론 건곤감리의 순서나 모양을 애써 기억해온 사람들이 존재하겠지만, 얼핏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이 긴가민가 할 것이기에 내 기억 속의 멜로디와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선택해 교향곡을 연주하게 되면 잘못된 기억으로 인지될 수 있다. 이러한 기억 왜곡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인식은 리뷰보다 더 깊은 기억을 만들어내게 된다. 

 

 

  

회상 Recall

 회상은 뇌에 이미 저장된 내부의 단서에만 의지하여 우리 뇌의 지휘자를 포함한 오케스트라 전체가 교향곡을 함께 연주하는 것과 같다. 회상을 통해 하나의 기억을 불러오기 위해 연주되는 많은 영역의 뇌가 함께 활성화하기 때문에 더 효율적이고 정확한 기억의 회수가 가능하며, 무척 생생하게 느껴질 것이다.

 

 아마도 예상컨데, 위에서 본 태극기의 사진에서 건곤감리의 순서 혹은 모양을 정확하게 외우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8개의 팔괘 모양과 이름을 알지 못한다고 가정했을 때, 4개의 건곤감리의 순서를 정확하게 외우고 있는 사람들은 외부의 입력에 의존하지 않고도 태극문양 주위에 배치된 네 개의 괘의 순서를 순서가 진행되는 모양이나, 무늬 등을 특별하게 노력을 기울여서 기억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건이 위치한 왼쪽 위부터 X자를 그으면서 건곤감리라는 이름을 부르거나, 혹은 왼쪽의 두 괘는 3개의 ‘양(ㅡ)과 음(--)으로 이루어져 있다중에서 위아래가 막혀 있는 쪽이 왼쪽에 배치하고 오른쪽은 위아래가 뚫려 있는 두 괘가 배치된다는 식으로 외웠을 수도 있다.

 

 

 

당신은 건, 곤, 감, 리의 위치를 알고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고 있는가?

 

 이러한 일련의 뇌 속의 멜로디들을 우리는 '연상'이라고 부른다. 이 연상이 충분할수록 지휘자가 정확한 태극기의 모양을 완성할 단서들을 스스로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신기한 것은 모든 연상은 다른 연상들과 강력하게 결합된다는 점이다!

 

 널리 알려져 있는 연상기억법이 무서운 것은 각각의 연상들이 서로 결합되고 이어지면서 연상 네트워크를 결성하게 되는데, 충분한 시간을 들여 많은 연상들과 회상을 통해 만든 이 네트워크를 통해 방대한 양의 정보에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그토록 사람들이 영어단어를 외울 때 ‘연상~연상~’ 하는지 이해가 가는가?

 

연상 네트워트의 예

 

 인식과 마찬가지로 회상에서도 잘못된 정보를 떠올리고 기억을 왜곡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잘못된 기억이 연상 네트워크에 함께 얽혀버리면 생각 전체 네트워크가 잘못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회상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피드백'이다. 회상이 깊은 기억을 만들어낸다면, 피드백은 정확한 기억을 만들어낸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회상과 피드백을 함께 사용하는 대표적인 공부방법으로 플래시카드가 있다. 카드의 앞면에는 질문을, 다른 쪽에는 답변을 쓰도록 한 이 방식은 무척 오래된 학습 수단으로 여전히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플래시카드가 여태껏 많은 사람들에게 성공적으로 이용되어 왔던 것은 회상과 피드백을 아우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질문을 읽을 때마다 그 사람의 머릿속에서는 특정 멜로디와 함께 관련된 연상들이 제시되고, 기억 교향곡이 완성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 후에 정답을 확인하는 동안 거짓되거나 잘못 알았던 오류들이 차단되게 된다.

 

 회상과 피드백의 조합의 시너지를 충분히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기억력과 학습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저자는 미팅이나 회의, 혹은 강연이나 발표가 끝난 즉시 자리를 떠나지 말고 얻어진 지식정보를 회수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한 몇 분정도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회상과 피드백할 시간을 갖기를 조언한다. 그 과정에서 나온 핵심 정보와 아이디어는 기억을 견고하게 만들며, 연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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